나의 길을 선택한다.
주역의 괘는 우주만물의 극성을 8개의 상로 개념화시켜 놓은 것으로서 인간의 지혜가 농축되어 있다. 8개의 괘가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만물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괘의 변화를 통하여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 선택지인지 과정을 살펴본다.
지화명이地火明夷☷☲ 괘상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의외의 모습이 들어있다. 바로 호괘가 뇌수해雷水解☳☵이기 때문이다. 밝음이 침몰하여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세상인데 그 안에는 의외로 해결의 열쇠(해解)가 들어 있는 것이다.
하늘에 해가 떠 오르는 것이 화지진(晉☲☷)이라면(明出地上晉), 해가 지는 것이 명이(明夷)이다(明入地中 明夷). 진(晉)의 밝고 기운찬 시대가 지나가고 明夷의 어둡고 혼란한 사회가 도래한 것을 말한다.
불의不義가 정의正義로 행세하는 세상, 어둡고 암울하여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을 만나면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가? 기회주의적 처신은 당장은 살아남기 위한 임기응변은 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하여 더 큰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이때에는 오히려 바르게 처신하여야 살아남는다 라고 괘사는 말한다(利艱貞 晦其明也 內難而能正其志).
명이明夷의 내부에 해解가 들어있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고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날 방법은 있는 법,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천재지변 속에서도 죽는 이가 있지만 살아나는 이도 있다. 아무리 캄캄한 어둠 속이라도 해결의 묘안은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니 어떻게 하느냐는 본인의 선택과 태도에 달려있는 것이다. 뇌수해雷水解는 물☵에서 헤엄쳐 나와 계속 힘차게 전진☳하는 모습이니 어둠☷ 속에서도 저 멀리 어딘가에 빛☲은 있는 법이다(明入地中 明夷 內文明而外柔順 以蒙大難).
▷인효(人爻)의 선택
天地의 변화는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자신(人)의 뜻과 의지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가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선(善)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 천리(天理)를 따르고 지리(地理)를 살펴 인사(人事)를 결정하는 것이다.
인효(人爻) 중 地에 속한 3효는 육신, 天에 속한 4효는 정신을 의미한다. 효(爻)는 하나하나가 우주의 극성을 표시하는 기호이니 하나의 효가 변하면 천지의 道가 변하고 작용이 변한다(六爻之動 三極之道也). 즉, 나(人爻)를 변화시키면 천지天地가 이를 따라 작용하는 것이다.
나비의 날개 짓 하나가 태평양 건너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현대 양자역학 논리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人)는 우주를 구성하는 구성요소로서 우주와 하나(一)이니 내가 변하면 곧 우주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에서 비롯(一始)된 삼라만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로서 존재하니 일즉삼(一即三)이요, 삼즉일(三即一)이다. 그러므로 변화무쌍하게 생로병사를 거듭하는 천하만물도 결국은 하나(一)로서 一中多 多中一(일중다 다중일)이니 그 궁극인 하나(一)를 들여다보면 서로가 한 지체(本)임이 드러난다(萬往萬來用變不動本).
빛이 어둠에 가린 암울한 세상에서 어떻게 나아갈 길을 찾을까?
명이(明夷)괘상을 묵상해보자. 3효와 4효는 人爻로써 나를 의미한다. 天爻인 5,6효와 地爻인 1,2효는 내가 바꿀 수 없어도 人爻를 효변시킴으로써 나 자신을 스스로 선택하고 바꿀 수는 있다.
효변이란 양효는 음효로, 음효는 양효로 동하여 변하는 것을 말한다. 효는 맨아래에서부터 센다. 첫번째 1효는 초효가 되고, 2효, 3효, 4,효, 5효, 그리고 맨 위의 6효는 상효라고 칭한다. 초(初)와 상(上)은 괘상의 처음과 끝이라는 의미이다.
人효 3양이 효변하여 음이 되면 지뢰복地雷復이 된다. 미약하지만 천하를 바꾸는 힘은 저 밑바닥 속에 감쳐줘 꿈틀거린다. 몸을 낮추어 스스로를 굽히면서 힘을 기른다. 잠시의 수치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文王이 옥에 갇힌 채 때를 기다리며 易의 이치를 천하에 밝힌 것은 바로 지화명이地火明夷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다.
人효 4음이 양으로 효변하면 풍豊이다.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양기를 높이면 화가 쌓이고 결국은 스스로 폭발하여 파멸하게 된다. 뇌화풍雷火豊의 호괘가 택풍대과澤風大過이니 억울하다 하여 화를 축적하고 분기를 참지 못하면 결국은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양기를 낮추고, 몸을 굽혀 스스로의 힘을 기르는 것이 현명하다.
정신을 바르게 고양(4양)시키고 몸을 낮춘다면(3음) 천지의 도는 내게 있으니 때를 기다리면 될 것이다. 그러나 옥에 갇힌 채(明入地中 明夷) 자중하지 못하고 움직임을 크게 한다면(중뢰진重雷震) 아마도 제명을 다하지는 못할 것이니 모든 것은 때와 장소를 가려 순리를 따라야 한다.
이산(頥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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